노년의 삶에 대한 고민은 노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노인은 청년들이 어렸을 때 아버지로, 할아버지로 자기가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줬던 행복의 샘이었다.
그런 노인들이 이제 사회에 짐 덩어리로 변하는 것은 청년들에게도 좋지 않다.
노인들은 청년들에게 영원히 은혜로운 어른이며, 청년 자신의 노년 삶의 롤 모델이 되는 동반자이기도 하다.
전형적인 노령화 사회인 일본에서, 노인문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시니어 비즈니스에 뛰어든 3명의 청년들이 있다.
단지 돈 버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사회와 노인을 연결하여 노인의 행복을 추구하며 그것으로 지역공동체의 활기를 불어넣는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친구, 동료, 기타 이웃과 사귀지 않는 이른바 고독 비율이 15%(2005, OECD 평균 6.7%)를 넘어선 고독한 노령화 사회 일본에서, 이 청년들은 노인을 커뮤니티와 맺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야말로 물건과 함께 진심을 전하는 사업인 것이다.
사소한 용무를 100엔에 해결! 100엔 가사대행 서비스
『고요키키(御用聞き, http://www.goyo-kiki.com/)』의 후루이치 모리히사(古市盛久) 사장! 그는 돈 벌 목적으로, 지찌부시(秩父市) 일대에서 가이모노買い物(장보기) 약자를 서포트하는 배달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1년 사이에 수천만 엔을 넘게 쓰고도 실패했다. 하지만 실패한 그를 따뜻하게 맞이해 준 것은 시니어 고객이었다. 그가 점심을 사면서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자신이 실재 니즈가 아니라 탁상공론에 빠진 것을 절감한 것이다.
그 후 그는 시니어들의 사소한 용무(御用)를 100엔에 해결해 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전구나 건전지 갈아주기, 병 따주기, 우편물 회수해주기, 청소 등 노인들이 하기 어려운 용무를 5분간 100엔에
해주는 것이다. 「100엔 도와주기」 「주거에 안심을」 「거리에 기운을」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사업을 시작해 지금은 도쿄, 사이타마, 지바, 가나가와 현 등 8개 지역에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300엔 서비스」도 있다. 이것은 가구나 대형 쓰레기 이동, 잡초 제거, 심지어 간단한 pc 업무까지 대신해주는 서비스이다. 물론 대청소도 하는데, 욕조나 화장실 청소는 기본이고 주방 청소까지 해낸다. 집안에 쓰레기를 쌓아 놓을 수밖에 없는 노인들에겐 정말 필요한 서비스이다.
이 서비스는 대학생 50여 명이 실시한다. 많은 대가를 받지 않지만 각 지역 최저임금을 웃도는 유상 봉사활동이다. 무엇보다도 젊은이들과 만나는 것 자체를 즐거워하는 시니어들에겐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인 것이다.
청년들도 경험하지 못한 삶을 겪으면서 인생의 교훈을 얻는다.
이제는 후루이치 사장이 기대한 대로 지역사회에 많이 알려져, 일반 가정에서도 부모 자식 3대가 고요키키를
이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한다.
<사진출처: 고요키키 홈페이지 http://www.goyo-kiki.com/>
노인에게 쇼핑의 즐거움까지 배달하는 출장 백화점
또 한 명은 이케가미 교스케(池上恭介) 사장이다. 그는 「출장 백화점」이라는 서비스로 시설의 고령자에게 쇼핑의 행복을 안겨주는 『풀카운트(http://full-count.net)』 라는 회사를 경영한다. 고령자 시설의 식당 등을 빌려 의류와 일용품 등을 서비스하는 사업이다. 속옷, 양말, 잠옷, 지갑, 가방, 인형, 과자, 심지어 안경이나 보청기까지 서비스 및 판매하니, 시설에서 무료하게 지내는 노인들에게 왕년의 쇼핑 감각을 되살려 준다.
노인들은 자기 맘에 드는 화려한 코트나 수트를 방에 가져가서 오랫동안 입어보고 돌아와서 결국 수수한 수트를 고른다고 한다. 과거 자신이 백화점에서 하던 것과 같은 패턴이다. 또한 시설에 있으면 현금을 쓰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출장 백화점에서 현금을 직접 써보는 것도 노인들에게는 일상에서 벗어난 산뜻한 체험이 된다. 휠체어를 탄 시니어가 자기 무릎 위에 쇼핑한 물건들을 종이팩에 가득 안고 만면에 웃음을 띠고 돌아가는 모습은 왠지 새로운 인생을 경험하는 듯하다. 손자들이 와서 할아버지 할머니랑 쇼핑하는 것도 멋진 광경이다. 고독과 외로움을 한 순간에 날려버리는 장면이다.
2017년 4월 현재 관서지방에는 1,000여 개, 관동지방에는 150여 개 정도 시설을 대상으로 사업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 이케가미 사장은 동생과 이 사업을 하는데 원래 그들은 히로시마 출신이라 관서지방인 오사카에서 활동이 활발하다.
이 출장 백화점 판매 직원은 개호 자격을 갖추거나 요양시설 개호 경험자로 구성된다. 이들은 간병인 업계 이미지 제고를 위한 프로젝트도 실시하고 간병인들의 스포츠 커뮤니티 활동도 지원한다. 선배 간병인들과의 만남 이벤트도 주선해 간병인 취업 후보생들에게 간병 사회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한 이들은 「레크라운드」라는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는데, 시설의 시니어들의 생일 잔치를 비롯해 30~40여종의 레크레이션을 대행해 준다. 기존에 시설 직원들이 해 온 이 레크레이션 준비가 직원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어왔는데, 이 대행 서비스로 직원들이 노인들의 케어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이들은 단지 노인들에게 물건을 파는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다. 노인들의 간병인 입장에서 노인들이 원하는 것, 사회와 유대감을 지속시켜 주는 개호의 실천인 것이다.
<사진출처: 풀카운트 홈페이지 http://full-count.net/motherplus/ :
노인들에게 아이들이 가장 큰기쁨을 주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아이와 함께 체험할 엄마들을 모집하는 이미지>
65세 이상의 고령자만 모시는 시니어 맞춤형 부동산 회사
한편, 부동산업계에도 뛰어든 청년이 있다. 『R65(http://r65.info/)』 라는 부동산 회사의 야마모토 료(山本遼) 사장이다. 그는 부동산 회사에서 3년간 잘 근무했지만, 특별한 계기로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다.
부동산 회사에 근무하던 시절 80대의 건강한 여성 노인이 5번이나 입주를 거절당하면서 돌아다닌 상황이 안타까워 이 사업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특히 자기 할머니가 오랫동안 약국에서 일하는 것을 보면서 할머니처럼 자기 나름의 삶을 계속 살아가는 고령자에게 언제부터인가 동경을 품었다고 한다. 『R65』는 회사 이름 그대로 65세 이상(Raiting은 영화나 연극 등의 연령제한 표시 문자임)만을 고객으로 부동산 거래를 하는 사업이다.
대부분 부동산 회사는 노인들에게 임대를 중개하지 않으려고 한다. 고독사나 임차료, 화재사고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집주인 중에는 그들에게 임대하는 것을 꺼리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 점에 착목하여 이 사업을 실시한 것이다.
일본의 임대차 관계는 임차인의 입장에서 레이킨(礼金, 집을 빌려주어 고맙다는 의미의 사례금으로 임대료 2개월 분을 주인에게 주는 것)과 시키킨(敷金, 퇴거할 때 집 청소 및 원상회복에 드는 돈으로 임대료 2개월 정도의 금액)을 지불하고, 보증인을 세워야 하는 등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일반인에게도 그러한데 노인들에게 임대차는 정말 벽이 높다고 할 수 있다. 『R65』는 트러블만 더 많을 뿐 돈은 안 되는 노인들 상대의 임대차를 하는 것인데, 이런 점을 알고도 과감하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만 임대차를 시작한 야마모토 사장. 그는 진정 노인을 사랑하며, 또한 자신의 미래 역시 준비해 가는 건강한 청년이라 할 것이다.
65세 이상의 고객이 거주할 집이므로, 역에서 가까운 것은 기본이고 병원도 가까워야 하고 임대료도 저렴해야
한다. 노인들이 평생 함께 해온 반려동물도 입주 가능하며, 가장 골치 아픈 보증인이 필요 없으면 더욱 좋다.
주인에게는 고령자일수록 오랜 기간 매너가 쌓여 있으므로 파손이나 과실, 트러블 등이 더 적다고 호소하고 있다. 역시 일반인에게는 인기가 없는 1층의 방도 노인들에게는 대환영이란 점도 어필하고 있다.
<사진출처: ‘정년 후의 삶을 풍족하게’, 65세 이상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부동산회사 R65 홈페이지 메인 화면과 야마모토 료(山本 遼) 대표 >
남들이 하지 않지만 노인들에게는 꼭 필요한 서비스로 노인과 사회를 연결하는 청년들
이들은 돈을 벌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사실 개호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정부 지원도 없는 일이라 돈벌이가 될 수 없는 구조이다. 후루이치 사장은 창업 후 5년이 돼서야 그 해만 흑자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들이 사회로부터 고립되지 않고 소통하면서 살아가도록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 한계 취락의 경우 편의점조차 철수를 하고 있어 노인들의 장보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한계취락은 65세 이상 노인들이 반 이상인 동네를 말한다.
여기에 후루이치 사장은 「RVR(리얼 버추얼 리얼리티) 장보기 대행」이라는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학생이 멀리 있는 슈퍼에서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장을 보며 슈퍼의 물건들을 생중계로 비추면, 노인들은 한 장소에 모여 컴퓨터를 보며 원하는 물건을 정해 주문하는 방식이다. 이것을 통해 노인들은 그 슈퍼에 가본 기억들을 더듬으며 향수에 젖기도 한다.
결국, 노인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사업을 시작한 청년들은 정부 지원이 이루어지는 개호 시장에 직접
뛰어들지 않고 남들이 잘 하지 않는 다른 방식으로 노인들과 사회를 연결해 주고 있다.
노인들에겐 꼭 필요한 서비스이긴 하지만 청년들에겐 도전이므로 리스크도 따른다.
게다가 개호직업은 급여(きゅうりょう)가 낮고, 일이 고되고(きつい), 더럽다(きたない)라는 소위 3K직이라
대부분 하기 싫어하는 분야라는 점에서, 이들 사업은 더욱 빛난다.
일본의 시니어 비즈니스 시장은 아주 다양하고 매우 안정적이다.
단순 개호부터, 건설, 부동산, 용역 대행, 교육, 금융, 보험 등 이미 자리 잡은 것들이 많다.
하지만 이렇게 성장하고 안정된 사업 이외에도 작고 사소하지만 아직 노인들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가 있다.
지금 당장은 정부 지원도 없고 시장도 작아 크게 돈벌이가 되지는 않는다.
청년들은 단지 노인들이 곤란해하고 아파하는 것을 참지 못해 그들에게 다가갔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청년이 시니어 비즈니스로 미래 자신의 시니어 삶을 준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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