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희(가명) 씨는 외국계 제약회사에서 한국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마케팅 부문을 총괄 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그녀는 회사 내 여성 근무자에게 상징과 같은 존재였고, 일부 후배 직원은 그녀를 자신의 롤모델로 삼기도 했다.
그러나 이사 진급 이후 담당 지역의 매출 실적에서 어느 정도 의미 있는 성과를 올렸지만, 다국적 기업인 본사에서 전 세계 지점망에 대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선택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결국 그녀는 남아 있는 것보다는 새로운 준비를 통해 자신을 필요로 하는 다른 회사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길을 선택했다.
“약간은 홀가분한 마음이 있었지만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보낸 회사에 대한 아쉬운 감정이 컸어요. 50대에 새 출발을 하려니, 여러 가지 회한이 몰려오는 것을 피할 수 없었지요.”
그녀와의 첫 미팅에서 들었던 이야기는 장기간 한 직장에서 몸 바쳐 일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의 표현이었다. 첫 미팅에서 새로운 일을 준비하는 데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 이력서를 정리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그래서 자신이 갖고 있는 이력서가 있다면 한번 보여달라고 했다.
“특별히 회사를 옮긴 적이 없기 때문에 이력서를 만들어놓은 것이 없네요. 약간의 시간을 주시면 개인 근무 평가표를 참고해서 이력서를 만들어보겠습니다.”
이력서는 나의 장점을 어필하기 위한 문서
직장을 옮기지 않았거나 이직 경험이 있더라도 시간이 상당히 경과된 경우라면 구직 활동을 하는 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이력서를 정리해 놓은 사람은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정영희 씨도 마찬가지였다. 개인 근무 평가를 위해 업적 정리 자료를 참고해 작성한 경력기술서는 있었지만 구직 활동을 위한 이력서는 별도로 만들어놓은 것이 없는 상태였다.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두 번째 미팅을 할 때 그녀는 이력서를 보여주었다. 정영희 씨의 이력서를 검토한 후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해주었다.
“세부적인 경력을 밝히는 것은 당연히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시간 순서대로 사실만 나열한다고 해서 이력서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경력사항 중 어필 포인트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상대방이 한 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써야 합니다. 지금 기술한 내용은 10 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본인이 경험한 다양한 경력을 나열하기는 했지만 뚜렷하게 ‘이 분이 이런 능력을 갖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일단 이력서의 분량을 과감하게 줄이시기 바랍니다. 지금의 11페이지 분량을 5페이지 이내로 줄이려면 어느 부분을 빼야 할까요?”
그녀는 자신의 다양한 경력사항을 빠짐없이 이력서에 기술했다. 내용은 많았지만 이력서를 보는 내내 ‘이 분이 나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차장 이전의 경력을 과감하게 뺄 것을 이야기했고, 지원하고자 하는 마케팅 부문 경력 이외의 내용에 대해서는 간략히 기술하도록 안내했다. 두 번의 이력서 수정작업을 통해 정영희 씨의 이력서는 4 페이지 이내에서 완성되었다. 영문 이력서도 같이 준비했다.
모의 면접을 통해 낯설고 어색한 인터뷰에 익숙해져야
그 다음으로 준비한 것은 인터뷰 연습이었다. 이전 회사에서 채용을 위해 다수의 인터뷰를 진행한 경험을 갖고 있다 해도 피면접자로서 인터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낯설고 어색한 경험일 수밖에 없다. 연극 무대에 오르는 연기자가 리허설을 하듯이 인터뷰에 대한 준비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막상 모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보니 정영희 씨도 느끼는 것이 많았다고 나중에 이야기했다.
“내가 피면접자의 역할을 미리 연습해보지 않았다면 실제 인터뷰에서 침착하게 질문에 대해 답하지 못했을 겁니다.”
일반적인 예상 질문에 대해 자신이 생각하는 답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잘 전달할지를 염두에 두고 여러 차례 연습이 진행되었다. 여기서 참고해볼 것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정형화되어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회사가 기대하는 답변의 내용은 천차만별이고, 답변자의 생각하는 내용도 다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답이 만들어진다. 중요한 것은 나는 어떠한 답을 제대로 전달할 것인가이다.
이력서 준비와 인터뷰 연습을 진행하며 필자는 구직에 필요한 정보 수집을 위해 적극적인 활동도 병행해나갈 것을 요청했다. 특히 제약회사를 전문으로 하는 헤드헌터와 연락을 정기적으로 주고받으며 자신이 준비한 이력서를 전달해놓도록 했다. 또 제약업계 사람들과 꾸준히 만날 것을 주문했다.
50대 여성 재취업, 불가능하지 않다
이전 회사를 퇴사한 지 약 7개월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정영희 씨는 재취업에 성공했다. 50이 넘은 나이를 감안한다면 예상한 구직 활동 기간보다 짧은 시간에 취업에 성공한 것이다. 재취업에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기본적인 구직 활동 준비를 바탕으로 네트워킹 활동을 폭넓게 했기 때문이다. 준비된 자만이 성공을 쟁취할 수 있는 것처럼 정영희 씨도 자신의 강점을 회사에 어필하기 위한 다양한 준비를 했다.
앞서 정영희 씨의 사례처럼 새로운 일을 찾는 과정에서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네트워킹 활동을 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준비를 철저히 한다면 재취업의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갈 수 있다. 정영희 씨는 여성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많은 수의 여성 퇴직자들이 50세 이후의 일자리에 대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을 갖고 구직 단념자의 대열에 서는 경우가 많다. 구직 단념은 마음의 문제이다. 80세까지 일할 수 있는 요즘 같은 시대에 50대에 일을 포기하는 것은 너무 빠른 포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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