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1년을 맞은 치매전담형 장기요양기관제도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 낮은 수가, 전문 인력 부족 등으로 요양기관 참여가 저조하다. 문재인 정부 핵심 국정과제인 '국가치매관리제'에 맞춰 시스템 개선이 요구된다.
8일 정부기관에 따르면 현재 치매전담형 장기요양기관으로 지정된 곳은 전국 47곳에 그친다. 2020년까지 전국 4000여 개로 확대한다는 당초 계획에 못 미친다.
치매전담형 장기요양기관제도는 작년 7월부터 시행됐다. 장기간 치매 노인 대상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정부가 적합 시설을 인증한다. 치매 전담실, 치매전담형 공동생활가정, 치매전담형 주야간보호 등에 대한 시설 기준을 따라야 한다. 치매전문 교육을 받은 요양보호사도 배치해야 한다. 주로 일반 노인과 치매 노인을 한 공간에서 관리하던 요양원이 치매전담형 장기요양기관으로 전환,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행 후 1년이 지났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다. 요양기관 참여율이 갈수록 떨어진다. 상당수 기관이 수도권에 몰려 지방 치매 노인 이용도 쉽지 않다.
<치매전담형 장기요양기관 지정 현황>
실제 시행 첫 달인 작년 7월 장기요양기관 지정을 받은 곳은 총 8군데다. 8월 11개 기관으로 늘었지만, 그 후 매월 평균 2~3개 기관만 추가 지정됐다. 작년 10월과 6월은 지정 기관이 아예 없었다. 정부가 3년 후 전국 4000개 이상까지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달성율은 1%가 조금 넘는다.
지역별로는 대전이 13곳으로 가장 많고 서울(11곳), 경인(9곳), 광주(8곳), 부산(4곳), 대구(2곳)가 순이었다. 수도권에 전체 42%가 쏠렸다. 대부분 노인복지센터, 요양원으로 구성됐다.
요양기관 참여가 저조한 것은 낮은 수익성 때문이다.
한 치매전담 요양기관 관계자는 “일반 노인과 치매노인을 한 공간에 두는 문제를 해소하고, 경쟁이 심화되는 일반 요양기관에서 벗어나기 위해 치매전담형 장기요양기관 지정을 받았다”며 “시설투자와 추가 인력채용 등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갔지만 정부 지원은 오히려 기존보다 줄어서 갈수록 수익이 악화 된다”고 말했다.
<지역별 치매전담형 장기요양기관 지정 현황>
치매전담형 장기요양기관 이용자는 장기요양 2등급~5등급이 대상이다.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는 수가는 치매전담실 '가형' 기준 2등급이 6만5280원, 3등급~5등급 6만190원이다. 일반 요양시설보다 약 1만원 정도 비싸다.
치매전담형 장기요양기관들은 1만원 가량 높은 수가로는 시설 운영에 턱 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수가를 현실화하지 않는다면 신규 기관 신청은 물론 기존 요양기관 운영도 불확실하다.
다른 치매전담 요양기관 관계자는 “일반 요양시설보다 수가가 1만원 가량 높지만, 여기에 인건비와 시설유지 비용 등이 모두 포함됐다”며 “수가를 높이거나 치매전담형 장기요양기관에게 가산금 형태의 추가 지원이 없으면 수익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건보공단도 문제를 인식한다. 제도 시행 1년을 맞아 효과성 검증에 착수했다. 올 연말까지 유형별 수가, 인력 부족, 시설 기준 등 문제를 중심으로 개선 방안을 도출한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수가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돼 요양기관과 환자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며 “수가를 포함해 지정 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2016년 기준 68만5739만명이다. 전체 65세 이상 노인 인구 10%를 차지한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중앙치매센터장은 “치매전담형 장기요양기관제도 활성화를 위해 기관 참여를 유도할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며 “정교한 사업 계획과 평가 지표를 개발해 시설 중심에서 지역사회와 협업하는 치매 관리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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