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에선 손재주가 좋은 이들을 ‘금손’이라고 부른다. 손으로 만드는 솜씨와 능력이 ‘금’처럼 값지다는 뜻이 담긴 말이다. 이런 능력을 오랜 세월 갈고 닦아 더욱 빛나는 금손이 된 경우도 있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거나 남을 위한 재능기부도 펼친다. 이를 접한 젊은이들은 열정 가득한 금손 어르신들에게 환호의 박수를 보낸다.
대전 대덕구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오필균(61)씨는 동네 주민들에게 ‘맥가이버’로 통한다.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지만, 홀로 기계에 대한 원리를 공부해 자동으로 조절되는 전기보일러, 손쉽게 작동하는 간이 엘리베이터 등을 만든 발명가로 성장했다.
 | | | ▲ 오랫동안 갈고 닦은 고령의 ‘금손’들이 젊은이들도 하기 힘든 분야에 도전하거나 재능기부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신문지 공예가로 유명한 김학술(72·오른쪽) 어르신과 부인 이말 |
하지만 세간엔 ‘무한동력장치’를 꿈꾸는 괴짜 발명가로 더욱 알려져 있다. 2009년 TV를 통해 최소한의 연료로 무한 가동되는 장치를 개발 중인 내용이 소개된 뒤부터다.
무한동력장치 개발은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다. 타일공으로 중동에 다녀온 그는 산유국이 아닌 우리나라에 연료 없이도 멈추지 않는 엔진을 안겨주고 싶었다.
방앗간 집 아들인 그는 방아처럼 물, 바람 등 자연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동력장치를 구상했다. 당시 가족들은 물론 지인들까지 길가에 돈을 버리는 짓이라며 만류했다. 실제로 중동에서 번 돈의 대부분을 여기에 쏟아 부었다.
그렇게 15년이 지나 높이 6m, 가로 10m의 ‘무한동력장치’가 얼추 형태를 갖추게 됐다. 모양과 구조는 초기에 생각한 대로 방아와 비슷했다. 이런 이야기는 인기 웹툰 ‘무한동력’의 모티브가 돼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젊은이들이 환호했다. 인터넷을 통해 그를 괴짜 발명가가 아닌, 작은 희망을 품고 불가능에 도전하는 열정 가득한 어른으로 알렸다.
그러나 현재 이 장치는 사진으로만 볼 수 있다. 장치가 있던 땅이 공유지라 계속 놓아두지 못해 불가피하게 해체해야만 했다. 구청에 기증하려고 했으나 이동설치비용 견적만 3000만원이 나와 포기했다. 이후 손에 남은 건 고철값 1000만원 뿐이었다. 그간의 애정과 노력이 아까워 그는 아이처럼 펑펑 울었단다.
오 씨는 “비록 무한동력장치의 구현은 실패했으나 불가능함을 알고 도전해 희망을 봤던 내 인생은 실패하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발명과 연구개발은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씨처럼 도전에 그치지 않고 현실에서 자신의 꿈을 이룬 금손도 있다. 직접 만든 비행기를 타고 창공을 가로지르는 오광표(66)씨의 이야기다.
그는 “어릴 적 육군 항공대 관측기가 뿌린 전단을 주우러 다니면서 하늘을 자유롭게 오가는 비행기의 매력에 빠졌고, 직접 만들어보자고 결심했다”며 “그 후 50년 간 비행기 하나만을 보고 달려왔다”고 회상했다.
놀라운 사실은 오 씨가 항공기 제작에 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전무하다는 것. 관련 서적을 보고 독학해 탄생한 결과물이다. 비행기 만드는 기술 연마를 위해 공군에 자원입대까지 했던 그였다.
비행기 제작은 군을 전역한 198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책을 보며 기체의 구조를 잡는 것부터 엔진 제작, 각종 장치들의 배치 및 조립까지 혼자 다 했다. 그의 부인은 처음엔 “미쳤다”며 만류했지만, 수년이 지나도 포기하지 않는 그의 열정을 지지하게 됐단다. 이렇게 17년이 지나 날개 폭 10m, 무게 350kg, 최장 비행 4시간이 가능한 비행기가 탄생했다.
정식 비행을 위해 2011년엔 경량항공기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이듬해엔 국내 최고령으로 항공정비사 자격증도 땄다. 현재까지 그의 총 비행시간은 4500여시간, 비행거리는 지구 약 13바퀴에 달한다.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열정 가득한 노년을 즐기는 그의 삶은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의 지향점이 불분명한 일부 젊은 세대에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이런 그의 이야기는 최근 인터넷 카페, 블로그 등을 타고 전파되고 있다.
오 씨는 “비행기 엔진 소리, 프로펠러 소리만 들어도 어릴 적 육군 항공대의 비행기를 봤을 때처럼 가슴이 뛴다”며 웃었다.
금손들은 흔한 물건도 유용하게 사용하는 재주가 있다. 김학술(72) 어르신은 틈만 나면 신문지를 5~10cm 길이로 길게 잘라 새끼줄처럼 말아 놓는다. 이것들이 그의 손을 거치면 금방 바구니, 가방 등으로 재탄생한다. 기존의 신문지 공예에 짚풀공예 방식을 접목해 견고함을 더했다.
그가 공예의 세계에 발을 들인 건 10살 무렵이다. 동네 사랑방 어르신들과 함께 새끼를 꼬는 게 유일한 취미였다. 그러다 쓸모가 많은 짚 대신 버리는 신문지로 시험삼아 ‘봉새기’(물건을 담는 바구니)를 만들었는데, 짚풀 못잖게 견고했다. 이후 신문지 공예에 빠져 30년을 보냈다.
그 덕에 부인 이말순씨도 신문지 공예가가 다 됐다. 참외농사를 짓는 부부는 시간만 나면 신문지를 말아 공예품을 만드는 게 일과다. 이렇게 만든 것들은 대부분 동네 주민들에게 나눈다. 그러면서 신문지 공예를 적극 권한다. 손과 머리를 동시에 써야하는 공예작업만큼 치매예방에 좋은 놀이는 없다는 것이 김 어르신의 지론이다.
신문지 뿐 아니라 빵끈, 전선 등도 그의 재료가 된다. 나무를 깎아 만든 장승은 매년 유채꽃 축제가 열리는 경호천변을 지키고 섰다.
그는 요즘 하루가 바삐 지나간다. 실력이 소문 나 여러 곳에서 신문지 공예 강의요청이 쇄도한다. 또 이런 요청은 거절않고 거의 다 나간다. 전통방식의 공예법이 후대에 전파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공예 시연 때마다 생각보다 많은 젊은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내는 것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김 어르신은 “앞으로 활용도 높은 작품을 구상해 더욱 많은 이들이 전통공예에 관심을 보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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