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와 중풍 환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약을 제때 복용하면서 주변사람들과 교류를 통해 뇌를 활성화(活性化)시키는 것이다. 그래야 병의 악화가 천천히 이뤄진다. 가족들이 집에 여러 명 머물러 환자를 돌보아줄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면, 요양시설에 모시는 것이 본인을 위해서나 가족을 위해서 오히려 현명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인천 남동공단에 직장이 있는 김경순(53)씨는 장기요양보험을 이용하여 치매를 앓는 어머니(80)를 현재 인천의 한 노인요양원에 모시고 있다. 간호사, 요양보호사, 조리사가 상주하는 이 노인요양원의 한 달 이용료는 1인당 150만 원인데, 이용요금의 20%만 부담하면 나머지는 장기요양보험에서 지원해준다. 장기요양보험이 도입되기 전까지는 아내가 시어머니를 모시느라 큰 고생을 했으나, 이제 아내도 자유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게 되어 만족스러워 하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우리 사회에서는 ‘요양원 =고려장(高麗葬)’이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인구고령화 현상으로 집집마다 80∼90대 노인 부모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부모를 요양원에 모시는 것이 이제 일반적인 선택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또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자신들이 치매에 걸리면 요양원에 들어가 살겠다는 중·장년층이 많아지고 있는 것도 최근에 일어난 새로운 변화이다.
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시설에는 크게 ‘요양원’과 ‘요양병원’ 2가지 종류가 있다. 일반적으로 ‘○○요양원’이라는 이름이 붙은 요양시설은 치매, 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도움이 필요한 65세 이상 노인들을 보살피는 곳이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건강보험공단에 장기요양보험 적용 신청을 하여 심사를 받은 다음, 장기요양 1∼3등급 판정을 받은 노인들이 들어갈 수 있다.
반면 ‘○○요양병원’이라는 이름이 붙은 요양병원은 노인을 치료하는 의료시설이지만, 요양원처럼 나이 제한이 없다. 그리고 병원이기 때문에 장기요양보험이 아닌, 건강보험이 적용되며, 그에 따라 이용비용이 요양원보다 상당히 비싸다. 노인성 질환으로 치료와 요양이 필요한 환자들이 요양병원의 고객이다.
요양원은 개인이나 법인 아무나 운영할 수 있고, 병원이 아니기 때문에 의사나 간호사가 상주할 필요가 없다. 대신에 입소자 30명 이상의 경우 1명 이상의 사회복지사, 입소자 25명당 1명 이상의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를 두어야 한다. 이에 비해 요양병원은 의사나 한의사만 세울 수 있다. 의료진도 연평균 1일 입원환자 40명당 의사 1명, 간호사는 입원환자 6명마다 1명 이상 있어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입원비용은 요양병원보다 요양원이 상대적으로 싸다. 요양원은 본인부담금 20%와, 건강보험공단에서 나가는 장기요양보험금 80%로 운영된다. 대체로 한 달 평균 들어가는 본인부담금은 40∼50만 원이다. 그러나 요양병원은 병원인 탓으로 치료비 등 개인부담금이 많다. 시설이 좋은 1등급 요양병원은 한 달 평균 150∼200만 원이 든다.
요양병원과 요양원에 대한 수요가 점차 늘어나면서 이들 시설도 최근 급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적지 않은 요양시설에서 입소한 노인들을 학대하거나 질 낮은 음식을 제공한 사실이 밝혀져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다. 심지어 환자에게 안정제를 먹여 재우거나 환자를 묶어놓는 요양시설도 적발되고 있다.
그러면 집안 어르신을 좋은 요양시설에 모시 싶은데, 어떻게 하면 그런 곳을 고를 수 있을까? 어르신에게 요양원은 또 다른 집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청결상태를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거즈와 일회용 주사기 등 오염 쓰레기의 분리, 배출이 잘 이뤄지지 않을 경우 요양원 내에서 다른 질병에 걸릴 수 있다.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식당과 욕실, 화장실도 둘러보며 청결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응급치료시설과 기기를 갖추고 있는지, 소화기구와 비상구가 확보되어 있는지도 눈여겨봐야 한다.
다음으로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 인력이 충분한지, 식당이나 독립 공간 등 편의시설은 잘 갖추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가족들이 자주 방문할 수 있도록 접근성도 체크해야 한다. 아울러 요양원에 입소한 노인들에 대한 정성어린 대우를 하는 지를 점검해봐야 한다. 치매노인을 하루 종일 침대에 묶어두거나, 남성 요양사가 할머니의 목욕을 담당한다든지, 식사를 너무 빨리 먹여준다든지 하는 부당한 대우가 매우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워킹시니어 즐겨찾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