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철물점은 왜 망하지 않을까?
책 제목이 눈에 띄어 알아보니까 철물점이야기가 아니고 경제 감각을 길러주는 실용회계서다. 어쨌든 시골은 철물점이 많다. 내가 사는 곳만 해도 마을 입구에 있고, 읍내에도 하나 있다. 설성면 인구가 5,621(2016년 5월 현재)명이고 가구수는 2,363가구인데 잘은 몰라도 인구대비로 보자면 많아 보인다. 장이 서는 곳에는 크고 작은 철물점이 반드시 몇 군데씩 있고, 차로 달리다보면 쉽게 볼 수 있는 게 철물점이다. 심지어는 마을과는 떨어져 있는 길가에 커다란 철물점이 있는 것도 쉽게 보인다.
초등학교시절 학교 앞에 있는 문방구는 별천지로 보였다. 모든 상품이 다 반짝반짝 눈부셨다. 명절 전후 문방구는 냄새부터 달라서 마음을 설레게 했다. 입구에 걸어놓은 인형과 반지, 장난감…, 모든 것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때는 구멍가게보다 더 마음을 잡아끌었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아버지가 문방구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이다음에 어른이 되면 문방구 주인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 마음껏 장난감도 가지고 놀 수 있고, 학용품도 내 맘대로 쓸 수 있겠다는 어린이다운 꿈을 꾼 적도 많았다. 당시는 돈이 없으니까 웬만한 장난감은 만들어서 놀았다. 인형놀이와 연 만들기는 대표적이다. 바느질 도구인 실패가 손에 들어온 날은 횡재한 기분이 들 정도다. 고무줄과 나무젓가락, 양초를 이용해 돌돌이 장난감 만들어 주위에 부러움을 샀다.
중학교 때는 가정시간에 전기를 배운다. 두꺼비집 퓨즈를 알게 되고, 다리미구조도 배운다. 우리 집은 언제 불이 나가나, 하고 기다릴 정도로 흥미로웠다. 드디어 퓨즈를 철물점에서 사다 갈아 끼워본 날은 창조주가 된 기분에 사로잡혔다. 철물점은 문방구보다 더 훌륭하고 멋진 별세계다.
문방구는 대부분 용도를 알 수 있고, 설령 처음 보았다고 해도 짐작할 수 있는 상품들인데 철물점은 대부분 어떤 용도로 쓰는 것인지 모르는 것이 더 많다. 독립하고 난 후에 이사할 때마다 철물점에서 필요한 것을 사려면 보통 1시간 이상 걸린다. 세멘 못을 사러 가서 이것저것 구경하며 물어보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철물점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문방구 때처럼 똑같은 생각을 오랫동안 했다.
지금은 집안에서 필요한 철물용품은 대형마트에서도 파니까 철물점을 드나드는 재미가 많이 줄었다. 그래도 나는 가능하면 이런 대형마트보다 동네 철물점을 애용하는 편이다. 보통 이사하면 철물점부터 찾고, 도서관과 시장, 놀이터가 어디 있는지 알아둔다. 모두 평소 자주 찾거나 좋아하는 곳이다.
도시에 살 때는 동네철물점을 찾으려면 차를 가지고 나가야할 정도로 거리가 있다. 하지만 시골은 눈에 쉽게 띄는 게 철물점이라 처음에는 왜 이렇게 많지? 하고 생각했다. 살아보니까 철물점에 드나들 일이 늘어난다. 집안은 물론이고 마당까지 필요한 것들이 늘어난다. 철물점을 드나들며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상품만 파는 철물점과 수리도 겸하는 철물점이다.
우리 마을에 있는 철물점.
상품만 파는 철물점(위)과 수리도 겸하는 철물점(아래)이다.
놀라운 점은 이렇게 허술해 보이는 동네철물점이 공사현장에 각종 상품을 납품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집 지을 때 쓰는 벽돌과 목재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보통 몇 백만 원에서부터 몇 천만 원까지 다양하다는 말을 듣고 귀가 솔깃해졌다.
여주 공사는 나도 구경 가서 안다. 이사하고 알게 된 양심적인 목수 사장님은 때때로 공사현장을 알려줘 가끔 견학하는 기분으로 다녀온다. 당시 여주 공사는 목조주택을 몇 채나 지었으니 나무 값이 많이 드는 건 당연한데도 왜 직접 생산업체와 거래를 하지 않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 다음에 내가 집지을 일이 생기면 양이 많은 건축자재는 직접 챙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10%만 할인받는다고 해도 적은 돈이 아니다.
일하는 사람들이 같은 연장을 몇 개씩 가지고 있던데 그 의문도 풀렸다. 예를 들어 에어컴프레샤는 공사현장에서 흔히 쓴다. 그런데 ㄱ 공사장에서 쓰고 현장에 두었는데 ㄴ 공사장에도 필요한 경우가 생긴다. 이때 거리가 있어 가져올 형편이 여의치 않으면 동네철물점에서 다시 사서 쓴다. 다른 업자한테 빌려줘서 갖다달라고 할 시간이 안 되면 또 산다. 그래서 한 대에 10~20만 원 대인 에어컴프레샤를 4~5개나 가지고 있게 된다.
집 지을 때 쓰는 자재가 마당에 쌓여 있다.
시골에서 철물점을 하면 어떨까. 알아보니까 생각보다 초기비용이 많이 든다. 임대비용은 그렇다고 해도 물품구입이 상당하다. 못해도 1억은 든다고 한다. 그래도 노후에 의욕적으로 도전해볼만한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일부는 외상으로 들여놓고 월마다 결재를 하기도 하니까 찾아오는 고객한테만 파는 걸 넘어서 영업을 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골은 의외로 소식이 빠르다. 어디에 터를 닦는다든지, 누가 집을 짓는다고 하더라, 하는 이야기가 도시보다 빨리 돈다. 더 나아가 시나 군, 면이나 읍에서 건축허가를 받은 건축가나 건축주를 알아내 발 빠르게 영업도 펼쳐나갈 수 있다. 집을 짓는 현장소장과 친분을 쌓아둔다면 단골로 납품할 기회도 얻는다. 더 나아가 좋은 상품이나 시골에 맞춤한 자재들을 소개해 다른 철물점과 차별화를 두는 일이다.
시골은 인건비가 도시보다 비싸 업자를 부를 형편이 쉽지 않아서 개인이 직접 고치는 일도 흔하다. 집집마다 웬만한 수리기구를 두고 사용한다. 제일 많이 보이는 게 사다리다. 우리 집도 부엌에서 쓰는 2단 사다리까지 3개나 있다. 전부 시골에 오면서 장만한 거다. 집안에서 쓰는 것과 마당에서 쓰는 용도로 샀는데 마당에서 쓰는 5단 짜리는 옮기는 일이 힘에 부친다.
그래도 필요할 때마다 빌려 쓴다는 것이 시골에서는 여의치 않아 망설이다가 샀다. 이웃집에서 망치 쓸 일이 있을 때마다 빌려달라고 하면 귀찮을 거다. 역지사지해보니 아무래도 사다리는 사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또 철물점에는 다양한 업자들이 드나드니까 귀촌한 사람들이나 기존에 사는 주민들에게 좋은 업자를 소개해주는 일도 더불어 하면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일거리도 연결해주면 매상도 늘어날 것이다.
농약사 창업도 멀지 않아요
시골은 철물점도 많고, 농약사도 흔히 보는 사업체다. 농약사는 개인이 하는 것과 농협에서 운영하는 것이 있다. 농협은 지역에 따라 영농자재판매장, 경제사업부로 운영한다. 농촌이라 농사를 짓는 인구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시골에서 살면 농사를 짓지 않아도 농약사를 찾는 일이 늘어난다. 텃밭을 가꾸느라 모종을 사고, 채소와 나무가 병들면 약을 쳐야 한다.
텃밭을 가꾸면서 농사흉내를 내는 일도 만만찮다. 조금만 게으르면 벌레가 와서 다 먹어치운다. 일반분무기로 약을 치다가 나중에는 어깨에 메서 쓰는 20L용 압축분무기도 샀다. 처음해보는 일이라 농약사에서 지도받아 병든 나무를 치료하느라 땀 흘렸다.
20L용 압축분무기 앞과 뒤. 20L나 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좀 무겁다.
나무에 약을 치다보면 점점 가벼워지는 걸 느낀다.
비닐하우스에서 키우고 있는 각종 모종.
모종을 파는 시기는 몸살이 날 정도로 바쁘다.
이 많은 모종을 키워 농약사 앞에 놓고 판다.
농약사 전경과 실내풍경.
농협에서 운영하는 농약사. 농약뿐만 아니라 농사와 관련한 여러 가지를 판다.
농약사는 농사와 관련한 모든 것을 판다. 모종도 그 중 하나다. 봄부터 늦가을까지 씨앗을 싹틔워 조금 키운 뒤에 파는 일로 바쁘다. 철마다 키우는 채소도 다양해서 종류도 많다. 농약사를 창업하려면 면허를 내야 하기 때문에 농약안전사용교육을 이수해야한다. 또 일 년에 한 번씩 농약판매교육을 받아야한다. 농약안전사용교육은 농촌진흥청 홈페이지나 가까운 농업기술센터에 문의하면 된다.
대규모로 농사짓는 사람들은 일 년 농사 후에 정산한다. 적게는 몇 백만 원부터 수천만 원까지 다양하다. 철물점과 마찬가지로 초기자금이 많이 드는 사업이다. 창업자금이 필요한 사람은 소상공인 창업자금도 있고, 중소기업창업자금, 청년자금, 여성창업자금 같이 다양한 곳에 알아볼 수 있다. 또 지자체에 따라서 창업자금을 활성화하는 곳도 있으니까 다각도로 알아본다.
시골은 꿈을 세우면 여러 가지 자신의 능력을 펼쳐볼 수 있는 게 많다.
미술을 전공하고 문학마당을 기웃거리며 살았다. 글을 발표하고 시집을 내며 이와 관련한 직업을 전전하며 살기에는 세상이 벅찼다. 시골집을 구하기 위해 9개월간 고군분투한 이야기를 담은『1억으로 수도권에서 내 집 갖기』와 『명랑 시인의 귀촌 특강』을 발간하고, 현재는 경기도 이천에서 <귀촌전도사>로 살아가고 있다. 다른 이름으로 출간한 폴라로이드 사진시집과 시집 몇 권이 있고, 수필집으로 『용인, 용인사람들』이 있다. 『사랑이 다시 올까』 사진시집으로 초대작가 사진전시회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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