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주)메인에이지
고령의 환자를 돌보는 간병이 고령사회의 또 다른 위기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인요양병원을 비롯한 의료현장에서는 신속하게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8년부터 우리나라도 선진국형 노인돌봄서비스라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서비스 이용 대상자와 범위가 워낙 좁다.
노인병원에 입원한 어르신들은 치료대상이어서, 돌봄과 재활을 목적으로 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자도 아니다. 이 때문에 고령환자와 그 가족들은 생계를 위협받을 만큼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고령의 환자를 돌보는 일이 고된 탓에 최근에는 외국인을 간병인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하지만 진정한 돌봄이 아니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고령환자를 돌보는 일부 간병 현장에서는 ‘인권’을 거론하기조차 부끄러운 학대가 자행되고, 묵인되는 실정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부족한 간병인력, 장성요양병원 화재사고 원인”
지난 2014년, 21명의 사망자를 낸 장성요양병원 화재 참사의 원인은 다름 아닌 간병인력 부재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만큼 간병 인력에 대한 수요가 절박하다는 얘기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가 3월 30일 서울에서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의 필요성’을 주제로 춘계학술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서 이 협회 총무이사를 맡고 있는 한 요양병원 이사장(이윤환 총무이사, 경도요양병원 이사장)이 “(장성요양병원의 경우) 높은 간병비 부담 때문에 야간에 간병인력이 없었고, 40명이 입원한 병원에 야간 근무자라고는 간호조무사 1명이 전부였다”면서 “화재는 24분 만에 진화됐지만 창문을 열 사람이 없어 연기에 질식사한 참사가 벌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장성요양병원 화재 참사 이후 당직의료인 배치와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와 같은 대책을 내놨지만 근본적인 처방은 아니라는 얘기다.
간병, 노인복지제도 허점
우리나라도 고령화에 따른 노인돌봄 수요에 대응해 2008년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돌봄과 재활을 목적으로 하는 노인요양시설 입소자와 자택에서 돌봄을 받는 어르신들이 대상이다. 노인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어르신들은 제외된다.
그나마 요양시설이나 자택에서 장기요양서비스를 받는 어르신들과 가족도 만족하지 못한다.
요양보호사가 자택을 방문해 돌보는 재가서비스의 경우 등급이 아무리 높아도 하루 최대 4시간만 이용할 수 있다. 보호자가 잠깐 외출은 할 수 있어도 직장에 나갈 경우 공백을 메우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지난 9월부터 ‘24시간 방문요양서비스’가 시작됐지만, 연간 6회로 제한된다. 어차피 ‘가족 부양’이 없으면 작동하기 어려운 시스템이다.
노인요양시설에 입소한 경우, 지급되는 시설급여는 곪을 대로 곪았다는 평가다. 요양보호사 수를 부풀리거나 있지도 않은 입소자 명단을 만드는 방식으로 장기요양보험을 허위·부당청구한 노인요양원이 전체 절반을 넘었다.
2014년 조사 대상 557곳의 64.1%인 357곳에서 허위·부당청구가 적발됐다. 사회보험을 통해 공공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노인복지시설이 사실상 돈벌이를 위한 개인 영리사업체로 전락했다는 혹독한 비난을 받는 이유다. 이를 증명하듯, 2008년 1244개였던 노인요양원은 지난해 7월 기준 5000여개로 늘었다.
반면, 시설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인 A등급을 받은 기관은 지난해 14.1%에 그쳤다. 최하위권인 D·E 등급이 42.4%를 차지했다.
외국인 근로자가 채우는 노인간병
요양병원에서는 간병인이 부족해 외국인 근로자, 특히 언어소통이 가능한 중국동포를 채용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
전국 1400여개가 넘는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간병인은 3만5000~4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그런데, 요양병원의 간병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3만5000~4만여명의 가운데 90% 넘는 인력이 중국동포인 것으로 알려졌다.
간병인으로 활동하는 재중동포는 주로 방문취업비자(H-2)로 입국해 별다른 교육도 받지 않고 직업소개소의 알선으로 요양병원 간병인 일자리를 얻는 것으로 전해진다.
외국인근로자 불법취업, 노인요양병원 불똥
앞으로 외국인 근로자가 채우고 있는 간병인마저 쉽게 구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내국인의 실업률이 가파르게 오르자, 외국인 근로자 가운데 불법취업한 경우 대대적인 단속과 점검에 들어갈 계획이기 때문이다.
특히, 민간 직업소개소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 불법취업 알선이 이뤄지는지 대대적인 점검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 불똥이 요양병원으로 튀게 생겼다.
요양병원에서 활동하는 간병인의 상당수가 방문취업(H-2) 비자로 입국한 재중동포인데, 이들이 간병인으로 취업하는 경로가 바로 민간 직업소개소이기 때문이다.
현행 ‘외국인근로자 고용에 관한 법률’(이른바 외고법)에 따르면 외국인근로자의 취업 알선은 지방고용노동행정기관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민간 직업소개소가 외국인근로자의 취업을 알선하는 것은 외고법 위반이다.
따라서, 요양병원에서 활동하는 간병인 가운데 80~90%가 중국동포인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를 법규정에 따라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격하게 제재를 가할 경우 간병인 구인대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간병인력난, 보험급여화 시급
이처럼 요양병원의 간병인력이 부족하게 된 1차적인 원인은 간병 업무가 고되고 처우도 열악하기 때문이다. 내국인 가운데 간병인 지원자가 거의 없는 이유다. 1960~70년대 독일로 파견된 우리나라 간호사들이 현지에서 했던 일이 바로 노인간병이었다.
그나마 간병인을 하던 내국인은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된 이후 요양보호사로 대거 전환하면서 간병인력은 더욱 부족하게 됐다.
민간 요양병원은 의료기관이기도 하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적 속성도 갖는다. 대부분의 요양병원들이 간병인력에 대한 비용 부담을 외면한 채, 적은 인력으로 많은 환자를 돌보는 이유다.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인권이 유린되고, 신체를 구속하는 질 낮은 간병과 그로 인한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요양병원 관계자들은 “인권을 존중하는 존엄한 케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간병비를 급여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간병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요양병원 기준부터 만들어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단계적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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