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행복한 노후생활을 위해 경제적인 부문 외에 노년기 여가문화활동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건강이 뒷받침 된다 하더라도 길어진 노년기를 '무엇을 하며 어떻게 보낼 것인가'는 모든 이들의 고민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은퇴 후 여가시간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노후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여가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은퇴 후 내 마음대로 꾸려갈 수 있는 11만 시간 = 남자 79년, 여자 85.2년. 2015년 출생아의 기대수명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6년 생명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지난 45년 동안 20년 가량 증가했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699만명으로 전체인구의 13.5%를 차지하고 있다.
수명 연장과 함께 은퇴 후 주어지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은퇴리포트 22호'에 따르면 60세에 은퇴 해 85세까지 산다고 가정할 경우 은퇴 이후 주어지는 시간은 약 22만시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수면과 식사 등 필수시간과 질병에 따른 와병시간을 제외한 내가 마음대로 꾸려갈 수 있는 가용시간은 약 11만 시간. 연간 2000시간을 근무하는 근로자가 무려 55년 간 일한 시간에 해당할 정도로 긴 시간이다.
은퇴 후 남은 생애 절반 정도가 여가시간으로 구성되면서 노년기 여가활동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 노인의 여가활동은 주로 TV시청이나 휴식 등 소극적인 활동이 대부분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들은 하루 7시간 16분(30.3%)을 여가활동에 사용했고, 이 가운데 TV시청시간이 절반가량인 3시간48분에 달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서도 60대 이상 고령자들의 경우 대부분이 TV시청, 낮잠 등 소극적인 여가활동(휴식활동)을 한다고 집계됐다. 조욱현 국민대학교 체육대학 교수는 "우리나라 노인의 일반적인 여가활동은 그냥 시간만 때우는 식"이라며 "노년기 적극적인 여가활동 참여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인식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생 2막 활기찬 노후는 '또래 친구'와 함께 = 늘어가는 긴긴 노후를 무료하게 보내지 않기 위해 적극적인 여가활동으로 삶의 활력을 되찾고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시니어들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 경로당 코디네이터들은 경로당을 다니면서 가요교실, 종이접기, 동화구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경로당 활성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시니어동네활동가들은 동네 어려운 이웃을 직접 찾아가 고민을 들어주고 주민이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소개하는 한편 필요시 관련 복지서비스와 연계해 주는 등 여가시간을 새롭게 활용토록 돕고 있다. 서울 50+캠퍼스에서도 '주거.문화.금융' 등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50+ 세대들이 모여 만든 커뮤니티들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이나 금융권의 은퇴설계전문기관에서도 다양한 노후설계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재무, 건강, 여가 등 개인특성에 맞는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노인복지관협회에서는 여가성향 진단과 함께 노후의 긴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함께 구체적인 설계 상담도 진행한다.
각 지자체에서도 건강 문화 정보화 교육 등 다양한 여가문화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서예, 손글씨 외에도 무용, 댄스, 뮤지컬, 탁구, 포켓볼 등 건강.문화 프로그램이 활성화돼 있다. 이정욱 구립 영등포어르신복지센터 여가복지팀 대리는 "어르신들의 친목도모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또래가 어울리면서 저렴한 비용으로 하루 종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어르신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 "여가 설계, 은퇴 후 시작하면 늦어" = 많은 사람들이 여가 활동은 은퇴한 후 여유가 있을 때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역 시절부터 미리 계획하고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황원경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특히 직업이 있던 사람들의 경우 은퇴 후 주어지는 여가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 지 몰라 대부분 집에서 보내면서 고립되는 악순환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은퇴 전에 앞으로의 여가 시간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은퇴 후의 일과표를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권했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은 "자기 스스로 만족감을 높일 수 있는 여가활동은 또 하나의 인적자본 활용에 해당한다"며 "여가 활동에 참여하게 되면 은퇴 후 위축됐던 사회적 관계를 확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회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기회까지 갖는다"고 말했다.
2017.02.08 아시아경제 |
워킹시니어 즐겨찾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