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이후 해체됐던 가정이 안정을 찾으며 출산율이 급증했다. 그 세대를 ‘베이비부머’ 세대라 하는데 우리나라는 6·25 동란 이후인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가 이에 해당하고, 이제 직장을 퇴직하는 시기에 놓여있다.
직장을 퇴직하고 사회(?)에 진출하는 50대는 전쟁의 폐허에서 배고픔을 견디며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서 2, 3부제 수업을 받으며 성장하였지만,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교육열은 매우 높아 농부가 전 재산인 소를 팔아 자식 대학을 보낸다 해서 속칭 우골탑(牛骨塔)이라 불렸으며 산업전사, 조국 근대화의 역군으로 땀흘려 일하며 자녀를 양육하고 노부모를 부양한 세대다.
하지만 그들은 자칭 낀 세대라 부른다. 본인은 노부모를 부양했지만 작금의 경제구조에서 자식으로부터 부양받기란 언감생심이며 안정된 노후설계는 턱도 없고 정작 디지털 시대를 열었으나 신기술에 왠지 주눅 드는 세대. 그 50대가 750만명 이상이고 그 뒤를 이을 40대가 900만명에 달한다.
인간 수명이 늘어나 재수 없으면(?) 100세까지 살아야 하는데, 노후준비는 막연하고 아직 독립시키지 못한 자녀가 있으면 다급하기 그지없다. 먹고 놀 수는 없어 무엇이든 일자리를 찾아야만 한다.
험난한 제2의 인생…경쟁도 갈수록 치열
쏟아져 나오는 베이비부머 세대들, 그들은 자본이 영세하고 경험이 없다보니 위험부담이 덜한 대기업의 가맹점에 관심을 갖는다. 새로이 창업하는 편의점, 치킨집, 커피점이 두 집 건너 하나씩 들어서는 이유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가격은 떨어진다. 소비자는 쓸 돈이 없는데 공급은 넘쳐나는 공급과잉 시대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계속된 경기 침체로 소비자는 쓸 돈이 없다고 하소연인데 골목엔 간판들로 빼곡하고 새로 달린 간판 또한 적잖이 눈에 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인구대비 자영업체 수가 대단히 많은 나라다.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형성되는데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아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기업실적 악화로 가계소비 감소 ̒악순환̓
2013년, IMF(국제통화기금) 본부에서 로렌스 서머스 전 미 재무부 장관은 "세계 경제는 수요보다 공급이 과잉인 상황이고, 저성장·저물가·저금리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어렵기는 골목상권만이 아니다. 중국이 철광석, 알루미늄 등 원자재뿐 아니라 완제품을 싼값에 대량생산하면서 한국 수출기업 실적에 적신호가 켜졌다. 기업실적 하락은 고용 악화로 이어지고, 감소한 가계소득은 소비심리를 위축시킨다. 가계가 소비하지 않다 보니 내수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내수시장에서 재미를 못 느끼는 대기업들은 해외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며 국내에서는 일자리 확충이나 투자를 늘리지 않고 있다. 정부에서 아무리 투자를 외쳐도 금고에 유보금을 쌓아둔 채 눈치만 보는 형국이다.
법인세 부유세 등 세금감면의 혜택만 따먹곤 사회적 역할은 방기하는 모양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영업의 고용구조와 인력수요 전망 보고서를 보면 2013년 자영업 취업자는 559만4000명으로 추정된다. 전체 취업자의 21.0%에 해당한다. 이는 적정 자영업 규모를 뛰어넘는다. 한국의 적정자영업 비중은 2008년 기준으로 16.3∼17.8%로 분석됐다.
치킨집 생존기간 평균 2.7년 에 불과
그렇다고 자영업 난립을 막을 길도 막막하다. 자영업자 상당수가 구조조정과 은퇴로 생계를 위해 재취업시장에 내몰린 사람들이다. 실제 베이비부머 세대의 남성이 은퇴 후 1년 안에 자영업자가 될 확률은 11%였다. 문제는 이들이 전문성을 갖추는 등 완벽한 준비없이 쉽게 뛰어들 수 있는 분야로 몰리고 있다는 데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치킨집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치킨전문점 5곳 중 4곳은 창업 후 10년 내에 문을 닫거나 휴업한다. 평균 생존기간은 겨우 2.7년이었다. 수요보다 치킨전문점 증가 속도가 빠른 탓이다. 이 치열한 경쟁은 월스트리트저널이 치킨집 버블 때문에 한국경제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지적할 정도이다. 치열한 골목상권 경쟁구도는 당사자들이 더 절실히 느끼고 있다.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진흥원이 2013년 전국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한 결과 소상공인들은 주된 경쟁상대로 다름 아닌 주변의 소형업체(46.4%)를 꼽았다. 대형업체(19.0%)나 인터넷 또는 TV홈쇼핑(8.2%)보다 훨씬 많다.
업종별로는 미용업(60.9%) 이용업(59.4%) 음식점(53.5%) 등이 주변 업체와의 경쟁을 심하게 느꼈다. 지난해보다 매출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로도 주변 업체와의 경쟁(41.8%)이라고 꼽았다. 창업 동기를 묻는 질문에 82.6%가 생계유지를 위해라고 답할 만큼 절실하지만, 가게 문을 열고 있어도 상당수가 빚에 허덕이고 있다.
50대 연쇄 몰락땐 심각한 사회문제 불보듯
1000조원의 가계부채 중 자영업자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43.6%나 달한다. 특히 가계부채는 자영업에 많이 뛰어든 베이비부머세대에 집중돼 있다. 평균 부채도 근로자 가계의 2배에 육박하는 1억원을 넘어 이들이 연쇄 몰락할 경우 금융권에도 심각한 영향이 가해질 형편이다.
최근 베이비부머세대의 자살, 이혼율은 크게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모든 연령층의 남녀 이혼율은 감소했는데 유독 50대 이상에서 증가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열심히 일하고 국가발전에 기여한 댓가치곤 너무도 허망하고 안타까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자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방치하면 3, 4년 내에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베이비부머의 위기는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사회 전체가 힘을 모아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누구나 젊음을 원하지만 세월 앞에 장사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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